
가끔 늦은 시간에 라면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한 끼를 챙기기 좋지만, 먹고 나면 속이 묵직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 자주 먹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가끔씩은 끓여 먹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얼마 전 2025년에 방영된 MBC 「기분 좋은 날」을 다시 보다가 식초와 탄수화물 식사에 관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방송에서는 식초를 물에 희석해 식사 전에 마시는 모습과 함께 식초에 들어 있는 아세트산이 식후 혈당 반응과 관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방송을 본 뒤 찾아보니 라면에 식초를 직접 넣어 먹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식초와 라면이라는 조합이 낯설게 느껴져 실제로 맛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도 살펴본 뒤 집에서 라면 반 개를 끓여 식초 한 스푼을 직접 넣어 먹어봤습니다.
1. 방송에서 본 식초와 식후 혈당, 정말 관련이 있을까?
방송에서는 한 출연자의 식사 전후 혈당을 비교하는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식초를 먹지 않았을 때는 식사 전 혈당이 105mg/dL, 식사 1시간 후에는 197mg/dL로 측정됐고, 식초물을 마신 경우에는 식사 전 101mg/dL, 식사 1시간 후 172mg/dL로 나온 사례였습니다.
방송에서는 식초에 들어 있는 아세트산이 탄수화물의 소화 과정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늦추고, 인슐린 민감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다만 방송에 나온 수치는 한 출연자의 사례이기 때문에 식초를 먹으면 누구에게나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관련 연구에서는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도 함께 확인해 봤습니다.
2. 관련 연구를 찾아보니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
관련 연구를 찾아보니 참가자 12명이 흰빵과 식초를 함께 섭취한 뒤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을 비교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같은 양의 흰빵을 먹으면서 식초의 양을 다르게 했을 때, 식초를 함께 섭취한 경우 식사 초반의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아세트산의 양에 따라서도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흰빵과 라면은 모두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라면을 먹을 때도 비슷한 원리가 작용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2022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도 식초 섭취 뒤 급성 식후 혈당 반응이 낮아지는 방향의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식사 조건과 사용한 식초의 양 등이 달랐기 때문에 모든 탄수화물 식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제가 확인한 자료 중에는 라면 자체를 대상으로 식초 섭취 전후를 비교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관련 내용은 참고하되, 이번에는 혈당 수치보다 실제로 라면에 식초를 넣었을 때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3. 라면에 식초 한 스푼을 넣으면 맛은 어떨까?
관련 내용을 찾아본 뒤 집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식초를 넣어봤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조합이라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라면 한 봉지를 모두 끓이지 않고 반 개만 준비했습니다. 면과 스프, 대파를 넣어 평소처럼 끓인 뒤 그릇에 담고 식초를 한 스푼 넣어 섞어봤어요.

매운맛과 짠맛이 강한 라면이라 식초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첫입부터 시큼한 맛이 꽤 강하게 느껴졌고, 몇 번 더 먹어봐도 라면 국물의 맛보다 식초의 신맛이 먼저 느껴졌어요.
결국 저는 라면을 끝까지 먹지 못했습니다. 혹시 몰라 반 개만 끓였는데 한 봉지를 모두 끓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초 종류와 넣는 양, 라면의 국물 양에 따라 맛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제 입맛에는 한 스푼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볼 때는 간단한 방법처럼 느껴졌지만 직접 먹어보니 생각보다 호불호가 큰 조합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번에는 혈당을 따로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넣은 식초가 실제 혈당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맛과 먹기 편한 정도였습니다.
4. 직접 먹어보니, 라면과는 아쉬운 조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라면에 식초를 직접 넣으면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스푼을 넣어 먹어보니 신맛 때문에 라면 본래의 맛을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먹는다면 라면 국물에 직접 넣기보다는 방송에서 소개된 것처럼 식초를 물에 희석해 식사 전에 따로 먹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라면 맛을 그대로 즐기면서 식초를 따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식초를 먹는다고 라면 속 탄수화물이나 나트륨의 양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식초 한 가지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라면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한 번에 어느 정도 먹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저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직접 해본 덕분에 ‘식초라면이 괜찮다’는 말만 보고 따라 하기보다 저처럼 처음 먹어보는 경우에는 적은 양으로 맛을 확인해 보는 정도가 부담이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라면에 직접 넣는 방법보다 식초를 따로 먹는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평소 먹는 음식뿐 아니라 식재료를 어떻게 보관하느냐도 자주 신경 쓰는 편입니다. 들기름은 빛과 온도 변화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안쪽에 두고 관리하고 있는데요. 식재료 보관 방법이 궁금하다면 제가 직접 정리한 들기름 보관방법도 참고해 보세요.
참고 자료
· Ostman E.,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5
· Cherta-Murillo A.,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2
· MBC 「기분 좋은 날」 식초와 식후 혈당 관련 방송 내용